델타형(인도) 변이가 전세계의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면서 세계 각국의 방역 정책도 바뀌기 시작했다. 전파력이 월등히 센 새 변이의 등장으로 소아청소년 예방접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예방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도 커졌다.
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에선 델타형 변이가 확산된 후 소아청소년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2~29일 미국의 소아청소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만1726명 발생해 직전 주(3만9000명)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소아청소년이 완치되고 몇 달 후에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을 앓는 사례도 잇따랐다. 미 국립보건연구원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은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이더라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발생해 몇 주, 몇 달 후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증후군에 걸린 환자는 지난해 2월부터 4196명 발생해 37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이의 출몰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아청소년의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폴 오피트 미 소아과 의사는 “어린이를 포함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감염에 더 취약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변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이 백신을 맞아도 안전한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 백신을 만 12세부터 접종하도록 허용했고, 유럽의약품청(EMA)은 모더나 백신을 만 12세 이상에서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만 12세 미만의 소아에 대해선 백신을 맞혀도 될지 아직 기준이 없다.
우리 방역당국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 여부를 검토 중이다. 4분기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델타형 변이가 유행할수록 소아청소년 중증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0~19세 확진자 중 중증환자가 최근 발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일 0~9세 위중증환자가 1명이 나왔고, 6일에는 0~9세 1명, 10~19세 1명으로 늘었다. 미국처럼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도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이 백신을 맞았을 때 부작용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청소년의 접종 이익 대비 효과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델타형 변이로 인해 예방접종을 완료해도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미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는 최근 접종완료자에 대해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접종완료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다른 사람을 추가 감염시킬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델타형 변이는 접종완료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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