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타는 지구… 7월 전 세계 산불·탄소배출 사상 최악

입력 2021-08-09 04:05
7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레이서빌 지역 소방관들이 산불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올해 7월 전 세계 산불 규모가 사상 최악의 수준이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화재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사상 최대 규모였다.

영국 가디언은 “북미와 시베리아, 아프리카, 남유럽 일대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며 “지난달은 적어도 위성 관측을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7월”이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숲과 초원이 불타면서 방출된 탄소는 3억4300만t으로 7월 기준 종전 세계 최대치였던 2014년보다 약 20% 많았다. 탄소배출량을 추정하는 코페르니쿠스 대기관측서비스 선임과학자 마크 패링턴 박사는 “올해 7월 전 세계 총량(전체 탄소배출량)은 2003년 기록 시작 이후 최대”라고 설명했다.

탄소는 절반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덥고 건조한 북미와 시베리아에서 뿜어져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서부와 미국은 산불이 장기간 지속되는 데다 극심한 폭염까지 뒤따르고 있다.

시베리아에선 러시아 극동 사하공화국의 ‘타이가’(침엽수림) 상당수가 북극까지 진출한 불길과 유독성 연기의 구름에 휩싸였다. 사하공화국은 최근 150년 새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가디언은 “전 세계적 화재가 지중해 동부와 중부로 확대 중”이라며 “많은 나라가 이례적으로 맹렬한 산불 시즌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은 12만8000헥타르(1280㎢)를 화재로 잃었다. 평년보다 8배 늘어난 규모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거의 0헥타르였던 이탈리아 내 화재 면적은 지난달 8만 헥타르(800㎢)로 급증했다. 2008~2020년 연평균보다 4배 넓은 면적이다. 키프로스와 그리스는 이 면적이 각각 8배, 2배 증가했다. 스페인 프랑스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도 평소보다 높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섭씨 47도의 고온이 일주일째 이어진 그리스는 최근 열흘간 5만6000헥타르(560㎢)가 불탄 것으로 파악됐다. 7일 하루에만 전국 70여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산불 피해지역이 150곳을 넘겼다. 가디언은 “아테네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종말이라도 온 듯한 광경이 그리스를 덮쳤다”고 묘사했다.

유럽연합(EU) 재난위험관리국 관계자는 “화재 영향을 받는 지역은 더 이상 지중해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산불이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며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탄소배출량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