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더 줄고 전작권 검증도 생략… ‘반의 반쪽’된 한·미훈련

입력 2021-08-09 04:06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6일부터 시작될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대신 참여 인원을 3월 전반기 훈련 때보다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이번에도 생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방역지침을 이유로 들었지만, 훈련 중단을 요구한 북한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이번 방침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는 방역당국의 방역지침 준수 권고에 따라 16~26일 한·미 연합지휘소연습에 참여할 한국군과 해외 미군 증원군, 주한미군 참여 인원을 모두 줄이기로 결정했다. 3월 훈련도 코로나19 때문에 참가 병력을 줄이고 야간훈련을 생략하는 등 규모와 내용 면에서 ‘반쪽 훈련’이란 지적을 받았는데, 이보다 더 축소돼 ‘반의 반쪽 훈련’이 됐다는 혹평이 나온다.

참가 병력이 줄고 실기동 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되면서 FOC 검증도 못하게 됐다. FOC 검증은 올해 전반기 훈련 때도 시행되지 않았다. 한국군 4성 장군(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 주도의 전구(戰區) 작전 예행 연습이 일부 포함돼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원이 줄다 보니 완전한 예행 연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올해 전작권 시기를 도출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무산됐고, 내년 3월 훈련에서도 FOC 검증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다만 10~13일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보다 내실 있게 시행하고, 본연습도 훈련 시나리오 변경 없이 1부 방어훈련과 2부 반격훈련을 모두 진행하기로 했다. 북측에는 한·미가 연합훈련을 발표하는 당일 북한-유엔군사령부 직통전화를 통해 훈련 일정 등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훈련 규모를 최대한 축소하는 방식으로 남북 대화 재개 기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지만, 북한의 반발 수위가 최대 변수다. 북한이 통신선 복원을 결정한 만큼 남북 관계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훈련을 빌미 삼아 북한이 무력도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이 지난 6일 한·미 훈련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은 돌발 악재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한·미 훈련 논란에) 끼면서 미국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의 반발 및 도발에 미국이 예전과 달리 강경하게 나오면 우리 정부도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