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와 막말 공방에 국민은 피곤하다

입력 2021-08-09 04:03
여야 대선 후보 경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국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정책과 미래 비전을 향한 희망을 얘기하기는커녕 네거티브와 상대 흠집 내기 막말 등만 난무해서다. 여야 당내 후보 간, 여야 간 볼썽사나운 공방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8일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른바 ‘명낙 대전’으로 불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네거티브 공방이 최근 임계점에 달하면서 내홍이 너무 커져 나중에 원팀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양측 간에는 음주운전 논란과 사면론 입장 등을 놓고 대충돌하면서 ‘조폭 사진’ 폭로전까지 벌이는 등 네거티브가 점입가경 양상을 나타냈다. 네거티브 중단 선언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런 다짐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화답했지만, 이미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네거티브전이 멈춰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선 때아닌 ‘양식장’ 논란이 이어져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표적 친윤석열 인사인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 자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돌고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체급이 다르니 다른 대선 주자들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올바른 경선 관리를 위해 ‘멸치’와 돌고래를 동일하게 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지에 멸치가 된 홍준표 의원은 “돌고래는 사육사가 던져주는 생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건반사적인 물고기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또 돌고래 진영에 합류한 일부 국회의원들을 설치류 일종인 레밍에 비유했다.

여야 간 한때 아내·장모 리스크가 있는 윤 전 총장과 여배우 스캔들에 휘말린 이 지사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이 계속되더니 최근에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간 직접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7일 이 지사를 향해 ‘성남FC 후원금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거듭 부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은 검사로서도 무능할 뿐만 아니라 악의적 특수부 검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후보 간 네거티브나 막말 논란은 국민을 짜증만 나게 한다. 아무리 능숙한 말장난이나 그럴싸한 네거티브도 이제 똑똑한 국민에겐 안 통하고 결국 외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정책과 미래 비전을 밝히는 데 주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