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급한 일들을 마치고 보니 TV에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준결승 미국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전날 대단했다던 여자배구 8강전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던 참이라 자리를 잡고 기대하며 시청했다. 마침 6회였다. 2점을 뒤지고 있다가 5회초 1득점을 하면서 만회와 역전의 후반부를 기대했다. 그러다 길고 길었던 6회말을 목도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과만 보면 5점을 대량 실점해 사실상 패배가 결정된 6회말이었지만 어느 한 명이 무너지며 어이없이 잃은 5점이 아니었다. 감독과 코치는 6회에만 5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투수들은 추가 실점을 막으려 각자의 모든 힘을 쏟았다. 그렇게 기를 써도 한 점 한 점 무려 5점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 들어선 후 무너지고 있는 주위의 사업자들이 떠올랐다. 마침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여름 특수를 맞아 다시 일어서려 힘을 내려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잘 마무리하는 것도 관두고 포기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어 씁쓸하던 참이었다. 삶이 야구라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포기해도 그만일 수 있다. 잘은 모르지만 다음 경기와 선수 보호를 위해 콜드게임으로 빨리 패배를 선언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음 경기는 0대 0에서 다시 시작될 테니까. 하지만 인생의 내리막에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 지금 그만두면 다음 경기는 0대 0이 아니라 0대 7, 이렇게 실점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니 그 사이 더 불리해져 0대 10으로 더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끝없게 느껴지는 내리막이 이어져도 삶은 계속 살아내야 한다. 회복이 시작될 때 미래의 내가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기 위해 지금 죽기 살기로 실점을 막아야 한다. 투수 개인은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무너지기 쉽다. 그렇게 투수가 무너지려 할 때 버텨주고 도와줄 감독과 구원 투수들이 필요한 지금이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