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식 논란… 이번엔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안됐다”

입력 2021-08-06 00:05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사진) 전 검찰총장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사실이 5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는 “진의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단순 말실수가 아니라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문제의 발언은 윤 전 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원전은 체르노빌과는 다르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지진과 해일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며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됐다”고 말했다. 당초 이 발언이 포함된 인터넷판 기사가 먼저 공개됐지만 약 4시간 뒤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 발언에 발끈했다.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주장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일본 총리 얘기인 줄 알았다”며 “대선은 아무말 대잔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녹아내리고 수소 폭발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무지하고 편향된 사고”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윤 전 총장 발언을 문제삼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후쿠시마 오염수 등은 국민이 의문을 제기한 의제”라며 “윤 전 총장 생각에서 저절로 나온 것이라면 대통령으로서 기본 자질이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원전 자체 하드웨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입장문을 내고 “인터넷판 기사가 후보 의도와 다르게 반영됐고, 이는 서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인터뷰 보도 과정을 두고 공세를 벌이는 건 비열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6일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불분명한 화법을 썼다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 “과거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며 “그때그때 정치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와 각국 협의를 통해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제기되자 윤 전 총장 측은 “문재인정부가 오염수 처리에 대해 애초 일본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방류 과정 검증을 요구하며 말을 바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설화’가 계속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정치 어법은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인데 말이 길어져서 그런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