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VS 인터넷銀 ‘비대면 주담대’ 격돌

입력 2021-08-06 04:07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두고 맞붙는다. 카카오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토스뱅크 출범으로 인터넷은행 입지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750조원에 달하는 주담대 시장 장악을 위한 비대면 상품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출 시장 확대를 위해 신규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인터넷 은행과 이를 방어하기 위해 상품 라인업 조정에 나선 시중은행 간 올 하반기 혈투가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업계는 올 하반기 신규 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다. 케이뱅크는 3분기 중 전세대출과 청년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임대차 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 사진만으로도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한 중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이달 내놓는다. 연내 출시 계획인 ‘100% 비대면 모바일 주담대’도 시장의 기대를 얻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맞서 시중은행도 대출 상품 다각화에 나선다.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비대면 주담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의 약점은 복잡함과 번거로움”이라며 “750조원에 달하는 주담대 시장을 비대면 구조로 안착시킬 수 있다면 인터넷은행의 도전을 충분히 뿌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관련 인력보충과 상품성 개선 등 작업에 착수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를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비대면 실행 비율을 높이고 대출에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올인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대출 확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상품 개편에 나선 이유는 인터넷은행의 역량이 대폭 강화되며 하반기부터 은행 간 경쟁이 한 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에도 ‘100% 비대면 대출’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수백조원에 달하는 주담대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주담대 가운데 비대면 대출 비중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고객층을 뺏어와야 하는 처지다. 지금까지는 빠르고 편리한 UI 등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대출 상품 라인업이 지나치게 협소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다만 각 은행이 주력하는 ‘비대면 주담대’가 실제로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원인은 근저당권 설정 등에 필요한 등기 작업인데, 이 부분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대면 영업을 고수하는 카카오뱅크조차 ‘100% 비대면 주담대’는 출시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