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말 한마디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예정대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쪽과 ‘연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수 차례 “통신선 회복만으론 훈련 연기가 어렵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도무지 대표의 영이 먹히질 않는다. 연합훈련 중단 여부를 놓고 여론도 갈라진 상황에서 이를 조정해야 할 여당이 더하다. 사회 전체가 남남갈등을 바라는 북한 노림수에 놀아나는 양상이다.
그동안의 경색국면에서 벗어나 남북관계가 한걸음 전진해야 한다는 데 토 달 사람은 없을 게다. 그렇다고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북한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구를 들어준다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북한에 뒤통수를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남북문제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주변 정세,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성이 아닌 감상적으로 접근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연합훈련 연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연판장까지 돌린 범 여권 의원 70여명의 집단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의견이 정 그렇다면 절차를 밟아 청와대와 관계 당국에 입장을 전달하면 그만이지 공개적으로 세를 과시할 사안이 아니다. 갈등 해결은커녕 갈등을 부추기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 아니라 의도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자책골이다. 북한이 한마디했다고 이처럼 전후 사정 살피지 않고 덤비니 ‘김여정 하명기관’이란 비판이 나오는 거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회의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미국과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참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 지시대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데 있어 고려할 사안이 많다. 제1의 고려 요소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다. 훈련이 실시될 경우 양국에서 상당한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바이러스 전파의 새로운 진앙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합훈련은 코로나 상황을 포함해 제반 여건을 종합해 한·미 양국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북한 요구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지금은 행동할 때가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릴 때라는 걸 여당 의원들은 알아야 한다.
[사설] 한·미 연합훈련, 연판장까지 돌려가며 막을 일인가
입력 2021-08-0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