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권력의 단맛에 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감사원장 중도 사퇴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미담 제조기’라는 우호적 평가가 있는 최 전 원장은 이제 대선 주자로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직무 수행에 벽이 됐다”며 “그들은 정치적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는 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원장은 출마 선언에 앞서 애국가 1절을 독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온라인 중계에는 수화통역사도 배치됐다.
최 전 원장은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을 감사하는 제게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16분가량의 선언문 낭독에서 ‘아이’ ‘젊은이’를 각각 5번, ‘청년’ ‘미래’를 각각 4번 언급하면서 청년층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 일자리 주택 결혼 출산 육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에 갇혀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 전 원장은 청년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그는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그래야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민간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은 또 사회안전망 정비, 공교육 정상화, 연금개혁 등도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 정부가 하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민간 주도로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과도한 양도세와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문재인정부에 직접 맞섰던 탈원전정책을 정조준해 “국가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당당한 외교’를 내걸었다.
최 전 원장은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비해 통합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저는 분열 상태를 야기했던 여러 가지 과거 일로부터 자유롭고 정치적 부채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낮은 인지도와 정치력 입증을 과제로 인정했다. 그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하겠다”며 “처음 정치를 시작해서 저의 많은 미숙한 점을 보셨을 텐데 좀 더 속력을 내서 기대하시는 모습으로 변신하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의 공식 출마선언에 대해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헌법에 명시된 공직자의 의무와 법도를 내팽개친 정치 이직”이라며 “헌법정신을 저버린 부정한 출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