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 주자들 ‘일단 질러보는’ 주택 공약

입력 2021-08-05 04:00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대규모 부동산 공급정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재원·부지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100만호가 넘는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약속부터 해묵은 서울공항 이전 공약까지 다시 등장했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국가주요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공약마저 나온다. 임기 초반 공급정책 실기가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대한 반작용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공급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해 7만호가량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공항 부지에 3만호, 고도제한 해제를 통해 인근 지역에 4만호를 공급한다는 안이다. 이 전 대표는 “많은 국민의 바람은 내 집 마련”이라며 “서울공항을 국민께 드리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한 후에 해당 부지에 20만호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우선 서울공항이 갖는 군공항 기능을 고려하면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0년 초반부터 거론됐던 서울공항 이전 문제는 안보상의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보문제와 직결된 서울공항을 단순한 택지공급원으로 본다는 자체가 황당하다”며 “여기에 도시계획상 서울공항 부지에 주거용 주택만 집단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인근 주거환경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비판했다.


공급위치는 공란으로 비워둔 채 공급규모만 먼저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성격을 띠는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해 임기 내 총 250만호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급위치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상태로 어디 어디라고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장 경쟁후보들 사이에서도 ‘구름 위에 짓겠다는 건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공공임대주택 100만호와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짓겠다고 했지만 공급부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대법원 대검찰청 법무부까지 모두 충청 신수도권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최첨단 주택을 짓겠다고 했으나 100만호가 넘는 ‘공급폭탄’ 수준의 택지로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여당 후보들이 현재 제시하는 부동산 공급안들이 실패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고민하는 건 좋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정통적 공급은 금기시하고 다른 방법들만 찾으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그동안 공급 확대로 전환하기는 했는데, 공공주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 실패에 대한 아주 냉철한 반성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