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정부 방침으로 초등학생을 비롯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됐습니다. 어느 날 가정학습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제게 질문했습니다. “아빠 지구는 돌고 있는데 왜 어지럽지 않아요.” 다소 엉뚱한 질문이었습니다. 아빠라는 자존심 때문에 모른다고 할 수 없어서 당황하면서 “어… 그건… 지구가 느리게 돌고 있기 때문이지”라고 답해 버렸습니다.
그 후 비과학적으로 답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 아이 몰래 답이 맞는지 인터넷에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사실에 놀랐습니다. 첫 번째는 초등학생의 질문에 틀리게 말한 나 자신에 놀랐고 두 번째는 지구가 내가 상상한 것보다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지구는 시속 1700㎞ 자전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타는 항공기 속도보다 지구는 빠르게 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잊어버립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예수님께서 살아계심을 믿습니다. 예수님과 인격적 교제와 만남이 없는 사람도 그가 속한 문화와 환경, 교육을 통해 믿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를 통해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심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 가운데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보혜사 성령님께서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직장을 잃은 사람, 수입 감소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영업자, 학교와 부모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들에 놓여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명품과 사치품은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우울감마저 듭니다. 그뿐입니까. 연일 터지는 교회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방역수칙과 정부의 지침을 잘 지킨 목회자들과 성도들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의 존재 자체도 부정하는 댓글은 온라인에서 넘쳐납니다.
이러한 고통과 아픔과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본문 요한복음 6장 29절에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하시니.”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저술과 세미나를 통해 앞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연구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방법적인 준비 이전에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을 믿는 그 믿음만큼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무너진 하나님의 일은 또 다른 무너짐의 과정일 뿐입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수없이 많은 종교개혁 과제 안에서 ‘오직 믿음만으로’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당부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성령님께서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제자들이 돼야 합니다.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을 어린아이가 체감하진 못해도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는 지구를 과학이 증명하듯 예수님께서 가만히 계신 것처럼 보이지만 그분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여러분의 삶에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김선명 목사(평화교회)
◇인천에 있는 평화교회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유산을 이어받은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