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타임 태양광 발전량이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0%를 넘는다는 정부 공식 집계가 나왔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태양광 발전량과 ‘숨어 있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량 등을 추계해 더한 결과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여름철 전력 수급에 신·재생에너지가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공표한 통계지만 발전량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주택용을 포함한 수치가 더해지면서 불신의 시선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발전이 여름철 전력수급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추계한 결과를 4일 공표했다. 지난달 기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오후 2~3시와 오후 4~5시 총 전력 수요 중 태양광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했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기 발전량과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1㎿ 이하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 발전량, 주택용 태양광 발전기 발전량을 더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참모 회의에서 수치로 집계되지 않는 소규모 및 주택용 태양광 발전량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그 결과 오후 2~3시에는 전체 전력 수요의 11.1%, 오후 4~5시에는 6.8%를 태양광 발전이 충당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수요의 10% 이상을 감당한다는 정부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 수치를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주택용 태양광 발전량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주택용 태양광은 설비용량으로 봤을 때 전체 태양광 설비(20.3GW) 중 18.2%를 차지한다. 이 비중대로라면 오후 2~3시 사이 태양광 발전량 중 2.0% 정도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량이라고 역산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용 태양광 발전량은 자의적 계산식을 활용한 ‘추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허수가 될 공산이 높다. 빠듯한 여름철 전력수급을 조절할 때 전체 전력 공급 여력에 2.0%라는 허수가 끼어들게 되는 셈이다.
태양광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 자체도 원활한 전력수급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력 수급계획을 짜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54일간의 기록적인 장마가 찾아왔던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 ‘10%’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 오히려 ‘블랙 아웃(대정전)’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태양광 비중이 10%를 넘으면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 과거와 달리 세밀한 기상청 날씨 정보가 필요하고, 계획을 짜기도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