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선교다. 본거지는 모든 곳에 있다. 선교는 동반자 관계에 있다.”
20세기 선교학의 최고봉, 레슬리 뉴비긴(1909~98)의 교회론을 세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뉴비긴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 후 스코틀랜드 장로교 에든버러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36년 인도로 떠난다. 35년간 인도 선교사로 활동하며 성공회 감리교 등이 연합한 남인도 연합교회에서 주교로 봉직했다. 같은 기간 국제선교협의회(IMC) 사무총장과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총무 등을 역임하며 에큐메니컬 운동의 주창자가 된다.
동시에 뉴비긴은 철저한 복음주의자였다. 74년 인도에서 은퇴해 영국으로 돌아온 뉴비긴은 서구의 현실이 선교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복음에 대한 확신을 잃었고, 교회는 사적 삶의 영역으로 밀려나 삶의 대부분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표현한다. 이런 배경에서 뉴비긴은 유럽을 새로운 선교 현장으로 삼아 근대성의 문화에 대항해 기독교 복음의 능력과 생명력을 증언하기 위해 목회 저술 강연 등의 삶을 이어간다. 자유주의자나 복음주의자, 근본주의적 크리스천이거나 심지어 가톨릭과도 말이 통했던 20세기의 영적 스승이다.
책의 부제는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이다. 뉴비긴의 교회론은 성경을 보편적 역사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창조주가 우주를 설계한 역사적 사실, 인간이 그 역사 속에서 책임있는 행위자로서 창조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해석이 곧 기독교 신앙이란 점을 직시한다. 뉴비긴은 종종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이런 예화를 사용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길을 걷다가 건설 현장을 보는 것을 상상해 보라. 어떤 종류의 건물이 세워지고 있는가. 사무실인가. 주택인가. 예배당인가. 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건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그걸 짓고 있는 건축가에게 물어보거나. 우주 역사의 의미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기다리든지-이는 우리가 활용할 수 없는 선택지다-아니면 그 목적의 주체이신 분의 계시를 신뢰하는 것이다.”
저자 마이클 고힌 커버넌트신학교 교수는 뉴비긴 연구의 대가다. 고힌 교수는 “뉴비긴은 모든 것에 걸쳐 정통 기독교의 입장을 깊이 견지했으며, 동시에 대부분 사람이 거의 겪어보지 못했을 수준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카리브해 연안과 라틴 아메리카 등 전 지구적 교회를 경험한 신앙인”이라고 평가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