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텔레그래프 “한중일 ‘제로 코로나’ 위기… 안일했다”

입력 2021-08-05 00:02
4일 서울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선별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25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이후 29일째 네 자릿수다. 정부는 금주 상황을 지켜보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확산세가 여전해 단계 하향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한결 기자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활용해 성과를 봤던 ‘제로(0) 코로나19’ 전략이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 위기를 맞이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신 접종률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한·중·일 등 지난해 극동 지역에서 성과를 냈던 ‘제로 코로나19’ 전략은 각국이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에 시간을 투자했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싱가포르는 그렇게 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상할 정도로 안일하고 행동이 굼떴다”고 분석했다.

‘제로 코로나19’ 전략은 감염고리 추적, 철저한 거리두기, 확진자 및 접촉자 격리 등 촘촘한 방역 조치로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0에 가깝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지역의 코로나19 사례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으로 ‘FTTIS(탐색·검사·추적·격리·지원) 전략’으로도 불린다.

텔레그래프는 이들 국가가 방역 성과를 본 이후 방심해 델타 변이 확산을 키웠다고 봤다. 이 매체는 “마스크와 아시아의 사회적 관습, 스마트폰을 통한 감시 등이 무적에 가까운 유리함을 줬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이어 “이제 이 국가들은 기존 코로나19보다 1000배 더 많은 바이러스량을 보유해 방역의 최전선을 쉽게 통과하는 변이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며 “안전한 백신 접종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집단면역에 가까워지기 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블룸버그통신이 매달 발표하는 국가별 코로나19 복원력 순위를 언급하며 “지난해 1차 유행 당시 이 같은 운명의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팬데믹 초기 상위권을 기록했던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이 7월 기준 20위권 밖으로 추락하고 반대로 과거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던 유럽과 북미 지역 국가가 발빠른 백신 접종을 바탕으로 순위권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해당 순위 목록에서 한국은 지난 달보다 13계단 떨어진 23위, 일본은 3계단 하락한 26위를 기록했다. 대만은 40위, 베트남은 46위에 머물렀다. 순위가 내려간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이 발목을 잡았다. 반대로 국민 절반 가까이 백신을 접종한 노르웨이(1위), 스위스(2위), 프랑스(4위), 미국(5위) 등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텔레그래프는 일주일 정도 이후에 아시아의 델타 변이 확산세가 전면 봉쇄를 도입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은 난징을 시작으로 10여개 지역에서 감염 사례가 나오자 봉쇄 조치를 재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음식점 영업 제한 등 긴급사태 발령에도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 달 7일 이후 29일째 1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