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절대 하지 않는 세 가지 말이 있습니다. 첫째가 교회 오라는 얘기고, 둘째가 예수 믿으라는 얘기, 마지막이 성경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아낌없이 베풀다 보면 다들 교회에 나오고 있더군요.”
한국교회 ‘스쿨처치’ 운동의 리더인 이정현 청암교회 목사는 4일 서울 용산구 교회 사무실에서 청소년 사역의 노하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쿨처치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세운 기도 모임, 성경공부 모임 등을 말한다. 이 목사는 최근 나도움 목사와 함께 지난 10년간의 스쿨처치 이야기를 담은 책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를 펴냈다.
미국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이 목사는 2010년 귀국 후 미국 청소년의 ‘국기 게양대 앞 기도회(See You at the Pole)’를 국내에도 세우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고 한다. 1990년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이 기도회는 청소년들이 주말 저녁 자발적으로 학교 게양대 아래에서 학교와 가정, 국가를 위해 기도한 게 시초가 돼 미국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목사는 군산 드림교회에 소속돼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있는 현장, 학교에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교인들에게 스쿨처치에 대한 비전을 줬다. 그는 “학교가 입시, 경쟁만이 중요한 곳이 아닌 서로 사랑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 위해선 학교에서 기도 모임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수시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가 군산 일대 학교 40여곳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만난 결과, 군산 중앙고교 학생 30여명이 자발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기도회를 열었다. 곧 스쿨처치를 세우는 흐름은 군산 시내 전체로 퍼졌다. 이 목사는 “교회 아이들이 비신자 친구 손을 이끌고 기도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고, 시내 고교 11곳을 비롯해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스쿨처치가 세워졌다”고 회상했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노하우로 이 목사는 ‘아낌 없이 베풀기’를 꼽았다. 그는 “청소년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어른이 누구인지를 귀신같이 안다. 지적, 훈계, 전도보다 진심 어린 조언자가 돼주고 간식 등을 사주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교회에 반감이 크다고 하지만 사실 관심 자체가 없다. 교회에 대한 인식은 사역자가 하기 나름”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가 스쿨처치 운동을 전개하면서 가장 집중한 대상은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이었다. 그는 “수험생들은 대학에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두려움에 빠지기 쉬운데,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결과가 안 좋더라도 또 다른 길이 있다’는 든든함을 심어주면 그 시기를 버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수능을 앞둔 성적 상위권 학생들도 주일 기도 모임에 나와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 목사는 코로나 시기 청소년 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담임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을 위한 설교를 하려면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원칙은 코로나 시대에도 유효하다”며 “담임 목회자가 교회에 가만히 있지 말고 온라인을 통해서든 방역 수칙을 지키며 밖에 나가서든 청소년들을 만나 삶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