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일 2억명을 넘었다. 코로나가 ‘원인 불명 폐렴’으로 세계보건기구에 첫 보고된 후 약 1년7개월 만이다. 세계 인구의 약 2.5%가 확진된 셈이다. 첫 보고 후 1억명이 될 때까지 1년 넘게 걸렸는데 다시 1억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반년 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확산세가 빠르다. 국내도 매주 수요일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상이 4주째 계속되고 있다. 돌파 감염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가장 믿을 만한 것은 백신이다.
우리 정부가 올해 계약한 백신 물량은 1억9300만회 분(약 1억명 분)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9000만회 분이 4분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전체 물량만 놓고 보면 국민 모두 접종을 완료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델타 변이를 막기 위한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해야 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매년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아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유럽은 2023년까지 쓸 수 있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확보했고, 다른 국가들도 백신 쓸어담기에 나섰다. 그런데 우리는 현시점에서 내년에 들어오기로 계약한 물량이 없으니 걱정스럽다. 정부가 이날 내년 백신 도입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을 중심으로 대략 5000만회 분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백신을 원하지만 제조사는 한정돼 있다. 작은 변수에도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백신 확보가 늦어져 올해 백신 보릿고개로 속을 태웠던 적이 있다. 실제로 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여러 변수를 감안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산 백신을 개발해 백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한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겸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이 대규모 백신 생산 및 보급 기지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백신 접종 선도국인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에 육박하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복원하기로 했다. 우리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해 집단 면역을 달성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도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4차 대유행의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다.
[사설] 세계 2억명 확진, 백신 확보에 국가 역량 총동원해야
입력 2021-08-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