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산업부 에너지 차관 신설, ‘3일 천하’로 끝나면 어쩌나

입력 2021-08-05 04:06

에너지 차관이 신설되며 3차관 체제를 갖춘 ‘공룡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의 속내가 복잡하다. 덩치가 커지면서 정책 추진력을 얻기는 했지만 ‘삼일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언급한 탓이다. 자칫하면 이산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고 산업부 직제 개편안을 심의·의결했다. 에너지 정책을 전담할 2차관직을 신설해 앞서 선언한 ‘2050 탄소 중립’에 힘을 싣기로 했다. 초대 2차관으로는 에너지 정책 역량을 갖춘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만큼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자원실이 에너지산업실로 개편되면서 2차관 휘하로 들어온다. 한시 조직이었던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은 재생에너지정책관으로 정규 직제가 된다. 국장급 자리도 추가로 2석 신설된다. 전력수급을 도맡는 전력혁신정책관과 수소 경제를 전담할 수소경제정책관 자리를 만들었다. 예하에 과장급 4석을 더해 모두 27명의 인력이 보강된다.

다만 이 체제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대선 변수 탓이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탄소 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아직 구체적인 모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부처 신설 시 산업부 에너지 차관 예하 실국이 모두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환경부 내 기후 담당 부서들이 더해지고 기상청이 합류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기존 산업의 해외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4일 “2000년대 중반 영국이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고 친환경 에너지에 드라이브를 걸다 국내 제조업이 해외로 이주해버리는 폐해가 발생했다. 산업부란 명칭으로 회귀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