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서 술판” 집합금지 위반 신고 늘며 경찰 난감

입력 2021-08-05 04:05
게티이미지뱅크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 중이던 지난달 17일 밤 12시25분.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는 “옆집에 4명 이상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경찰이 문을 두드리자마자 소란스러웠던 방 내부는 고요해졌고 “문을 열어 달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30여분간 현장을 지키다 신고자에게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적인 혐의가 없는 이상 단순 소음으로는 강제 개방을 할 수 없다”고 알린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 소재 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관계자는 4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여러 사람이 모여 술을 마시는 것 같다’는 신고가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고 있지 않지만 방역 기준 인원을 어기고 몰래 사적모임을 즐기는 시민이 많아 경찰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합동으로 유흥업소 등의 방역 위반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집합금지 단속 및 과태료 부과 주체는 지자체다. 하지만 가정집 신고는 대부분 경찰이 출동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심야 시간대에 신고가 몰리고, 지자체도 업무 과부하로 동행이 쉽지 않아 경찰이 현장을 찾은 뒤 지자체에 사건을 이관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현장에 출동한다 해도 집 안까지 단속이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경찰은 “문을 개방하지 않고 막아서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제로 현장을 둘러볼 경우 사생활 침해 등 민원이 접수될 가능성이 크다. 문을 열라는 경찰의 요구에 “비대면으로 대화를 하자”거나 “외부인을 만나기 싫다”며 버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현장에 들어가도 ‘가족 관계’라거나 ‘동거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면 계도 조치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경찰은 “인적사항 확인에 순순히 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단속반은 주민등록상 주소지 동일 여부, 가족 관계 증명 서류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보통 취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고 예외 규정들이 있어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지자체 도움 없이 해결할 방법은 층간소음 등으로 접수해 조치하는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병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이라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집합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