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네 자릿수(1212명)를 찍었던 지난달 7일. 평소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이날은 한동안 주차장에 세워뒀던 차를 몰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출퇴근 때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째 이어지는 하루 확진자 네 자리 숫자는 그렇게 지하철로 향하던 발걸음을 막아 세웠다.
1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부터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했던 5월까지의 기간과 비슷한 패턴이다. 당시도 지하철을 포기하고 자가용으로 출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도로 상황은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주로 이용하는 데 코로나 사태 이전과 교통량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퇴근 때 걸리는 시간은 예전 수준이어서 의아했다. 지난해 자가용 퇴근 때보다 배가 걸리는 듯했다. 당시는 3개월 동안 재택근무·원격수업 증가, 외출·여행 자제 등으로 인한 교통량 감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 시내 교통량 감소는 통계로도 여실히 나타난다. 서울시의 2020년 교통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교통량은 일평균 1009만1000대로, 2019년 1058만6000대에 비해 4.7% 감소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2019년과 비교해 가장 통행량이 많이 감소한 달은 12월로, 일평균 811만6000대에서 748만5000대로 7.77% 줄었다. 이때는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한때 네 자릿수까지 치솟던 3차 유행 시기다.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던 달은 3월로, 824만2000대에서 766만8000대로 6.96% 줄어들었다. 2월 말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크게 번졌던 1차 유행이 본격화된 때다. 이어 휴가철인 8월과 9월이 각각 5.87%, 5.45% 감소했는데 이 시기는 광복절을 전후한 도심 집회를 통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던 2차 유행 때다. 통행량이 줄어들면서 평균 속도는 향상됐다. 지난해 서울 시내 전체 평균 통행속도는 24.1㎞/h로 2019년 23.8㎞/h보다 0.3㎞/h 증가했다. 도심은 지난해보다 2㎞/h나 빨라졌다. 이렇듯 코로나 1·2·3차 유행은 이동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 같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크게 넘는 네 자릿수를 한 달째 이어가고 있고, 방역 수칙도 최고 단계로 올라갔지만 활동량과 이동량은 과거 유행 때보다 더 많다. 확진자 수가 1800명대까지 올랐던 지난달 19~25일 전국 주간 휴대전화 이동량을 보면 2억2604만건으로 직전 주와 비교해 0.8% 증가했다. 수도권은 1.0%, 비수도권은 0.7% 각각 늘었다. 이는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 올해 1월 첫째 주와 비교할 때 28%나 많은 수준이다. 코로나 감소세를 위해 이동량이 20% 이상 줄어야 하지만 누적된 피로감과 휴가철 영향으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파력이 더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언제든 유행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짧고 굵게’가 아닌 연장과 연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방역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방역 고삐를 다시 바짝 조이겠다는 얘기다. 대부분 시민들은 찜통 더위에 땀이 범벅이 되고 숨이 막힐 듯 갑갑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더 나아가 각자가 방역 주체라는 사명감으로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불안 불안하면서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매일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 스트레스’를 10명 중 9명꼴로 느낀다고 한다. 개인 방역에만 의존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달한 양상이다. 운전대를 놓을 그날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답답한 노릇이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