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당신은 누구십니까

입력 2021-08-05 03:07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제자들을 부르기 위해 갈릴리 호숫가로 가셨습니다. 그곳에는 평생을 고기잡이로 살아가는 수많은 어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예수님은 먼저 베드로라 하는 시몬과 안드레를 부르셨습니다. 많은 어부 가운데 유독 그들을 부르신 이유를 본문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니”(18절)라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그물 던지는 모습을 보시고 그의 에너지 넘치는 역동성을 보셨습니다. 물고기들이 도저히 피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활기차게 펼쳐지는 그물을 보시고는 베드로가 복음의 그물을 힘차게 던지는 상상을 하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제안하셨고 베드로 형제는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갖고 있는 그물 던지는 장점을 알아보시고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낚는 어부”로 그의 사명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그의 장점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를 일깨웠고 그의 강점을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도록 시야를 넓혀서 시각을 교정해 줬습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다른 두 형제, 세베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십니다. 예수님은 이번에는 그들이 “배에서 그물 깁는 것을 보시고”(21절) 부르셨습니다. 그물을 깁는 모습은 그물을 던지는 모습에 비교해 정적이고 여성스러운 모습입니다. 밤새 내렸던 그물을 끌어 올려서 물고기와 해초류, 찌꺼기 등을 떼어내고 찢어지고 헌 곳을 바늘로 깁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모습이야말로 그들의 장점이라는 걸 알아보셨습니다. 이들을 망설임 없이 제자로 부르신 이유입니다.

역동적인 베드로와 정적인 요한은 비록 특성은 다르지만 각기 장점대로 하나님의 사역에 쓰임 받았습니다. 베드로는 한 번 설교하면 3000명씩 회개하고 돌아오는 놀라운 전도자로 쓰임 받았습니다. 요한은 차분하게 성경을 기록하는 일에 쓰임을 받았습니다. 요한복음과 요한 1·2·3서, 요한계시록 등 주옥같은 성경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게다가 요한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를 봉양하는 일도 맡았습니다. 노년의 마리아가 들려주는 예수님의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다른 공관복음들과 전혀 다른 영적인 요한복음을 기록하는데 훌륭한 자료가 됐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물 던지는 자입니까 아니면 그물 깁는 자인가요. 호탕함과 넓은 안목으로 모두를 끌어안는 보스형인가요, 혹은 모든 걸 일관성 있게 챙기는 완벽주의자입니까. 일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반면 일이 돼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게 편할 수도, 반대로 연합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일하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성품이든, 어떤 기질이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바로 당신만의 장점이며 강점입니다. 그것을 예수님 안에서 올바로 발견하십시오. 그리고 그 장점과 강점을 살려가십시오. 하나님께서 당신을 오늘의 베드로로, 오늘의 요한으로 꼭 필요한 분야에서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실 것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홍융희 부산 성민교회 목사

◇부산 성민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 있다. ‘분홍 목사’라는 별명을 가진 홍융희 목사를 중심으로 말씀을 기초로 한 다음세대 부흥을 통해 행복한 가족공동체를 세워가는 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