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레슬링이 2020 도쿄올림픽을 ‘노메달’로 마감했다. 코로나19 악재로 역대 최소인 2명만 출전해 혼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계속된 레슬링의 메달 행진도 중단됐다.
한국 레슬링의 베테랑 류한수(33)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 16강전에서 이집트의 무함마드 엘 사예드에게 6대 7로 석패했다. 지난 1일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 역시 16강에서 탈락했다.
류한수는 시작부터 불운이 따랐다. 같은 체급 출전 선수가 1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나 2명은 32강에 준하는 사전 경기를 치러야 했는데 추첨으로 류한수가 뽑혔다. 류한수는 알제리의 압델라멕 메라벳을 8대 0으로 이겼지만, 16강에 직행한 선수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았다. 16강 경기에서 류한수는 일방적으로 끌려가다 2세트에서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경기종료 16초를 남기고 태클에 성공해 6대 7까지 추격했지만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실낱같은 희망이던 패자부활전도 좌절됐다. 류한수를 이긴 엘 사예드가 결승에 진출하면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엘 사예드는 준결승에서 패했다.
한국 레슬링은 45년 만에 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쳤다. 한국 레슬링은 냉전 시기 불참했던 1980 모스크바올림픽을 제외하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참가한 모든 올림픽에서 1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했다.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안긴 효자종목이었지만, 쇠퇴기를 맞고 있다. 열악한 인프라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올림픽에선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지난 5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 쿼터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다수 선수가 출전조차 못 해 올림픽에는 김민석과 류한수, 단 2명만 나왔다. 두 선수는 훈련 상대인 파트너 선수도 없이, 체급이 다른 서로를 상대하며 현지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