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합훈련 트집에 與는 찬성, 靑은 고민

입력 2021-08-04 04:00 수정 2021-08-04 04:00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경고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훈련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단절됐던 남북 관계가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대화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다시 한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주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북한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훈련 중단 요구를 남북 관계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삼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북한에 또다시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 관계 상응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연합훈련에 대한 (우리 측의)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며 “북한이 향후 한·미 협의 및 우리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에 이어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을 준비 중이다. 실기동 훈련이 아닌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아직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연기 쪽에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보위에서 “대화 모멘텀과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기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도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고, 국방부 역시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을 고려 중”이라고 한 상태다.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연합훈련은 흔들림 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미국의 소리(VOA) 논평 요청에 “한·미동맹에 따라 한국의 안보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견고한 합동 방어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한·미동맹의 요체이자 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훈련을 선제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남북 관계 주도권과 남남갈등 등을 노린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통신선 복원 발표 이후 한·미·일 비공개회의에서 미 당국자가 ‘안 받던 전화를 받기로 한 게 전부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큰 틀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하는 게 맞다는 원칙을 말했고 그게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여정의 하명에 복종해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