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가 2.6% 오르면서 두 달 만에 재차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의 가격이 크게 뛰면서 서민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107.61(2015년=100)로 전년 대비 2.6% 올라 4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였다고 3일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3%) 처음 2%대로 올라섰고, 5월(2.6%)에는 9년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오르며 2017년 8월(3.5%)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1.7%)는 5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 역시 2017년 8월(1.8%) 이후 최고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개인서비스와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전기·가스·수도도 상승 전환하면서 상승폭이 전월 대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농축수산물은 9.6% 올랐다. 전월(10.4%)에 비해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달걀(57.0%) 마늘(45.9%) 고춧가루(34.4%)가 특히 많이 올랐다.
공업제품은 2.8% 상승했다. 경유(21.9%) 휘발유(19.3%) 등 석유류 가격이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서비스는 여름휴가 관련 서비스물가가 오르며 2.7% 상승했다. 집세도 1.4% 상승하며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0.3% 오르며 상승 전환했는데, 전기요금 할인이 축소되고 도시가스 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하반기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하반기 시작부터 2% 중반을 상회하는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어 심의관은 “개인서비스는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하고 석유류 오름세도 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에 전망한 흐름을 달리 볼 이유가 없고 지난해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분기의 2.5%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9월 추석을 앞두고 물가 변동성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완화로 오름폭이 축소될 요인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폭염·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등 상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코로나19 확산세 영향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