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당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잇달아 영입한 국민의힘을 두고 “게르만 용병을 쓰다가 망했던 로마제국처럼 될 것”이라고 저격했다. 경쟁력 있는 자생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고 외부 영입 후보에 의존하는 야당이 분열에 이은 쇠락의 길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비판적 평가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당이란 게 권력을 창출하고 리더십을 훈련하는 학교인데, 자기들이 타도하고자 하는 정부에서 키워준 인물을 데려다가 용병으로 쓰면 자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난사람=남혁상 정치부장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으로서는 간명해지고 좋아졌다. 윤 전 총장은 다른 야권 후보들이 진출도 못하게 막으면서 본인도 잘 가지 못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이 문재인 대통령과 치르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 기초한 반사적 효과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나. 전장이 바뀌면 필요한 리더십이 바뀐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말처럼 윤 전 총장의 효용가치는 문재인정부 임기가 끝나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추월선에서 뒤차가 추월 못하게 가로막으면서 시속 60㎞로 계속 달리는 그런 상황이 될 것이다.”
-윤 전 총장 또는 최 전 감사원장이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위협이 될 수 있나.
“두 사람은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이 없는 분들인데, 중심이 된다면 기존 세력과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용병을 데려다가 정치하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다. 로마제국이 게르만 용병을 쓰다가 망한 것 아니냐. 이기고 지고를 떠나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 야권에서는 누가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라리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경제와 행정을 알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주120시간’ 발언이나 최 전 원장의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 발언을 보면 둘 다 경제를 잘 모른다. 외교·국방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느 정도 치열해야 관심도 끌고 흥행도 된다.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쓰라린 경험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비극도 있었기 때문에 원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보다 한 달 앞서 후보를 뽑기 때문에 통합할 시간도 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1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을 한솥밥 먹은 사람들이다.”
-당대표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네 축구에서도 심판하고 싸우면 이기기 어렵다(웃음). 그냥 골을 넣으면 되지. 제가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를 편든 게 없지 않냐. 민주연구원의 생활기본소득 공약 논란은 노웅래 원장의 SNS 해명글을 보고서야 알았다. 노 원장이 정책협약식 때 6명 후보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잖느냐. 문제될 게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의 40%가 넘는 지지율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측근 비리나 게이트 비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지율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게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선택도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인기가 좋다는 것과 다음 선택은 별개인 것이다. 얼마나 민주당이 새로운 비전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느냐 그게 과제다.”
-대선을 관리하는 대표로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당대표가 됐을 때 정권교체론이 54%였다. 정권재창출은 38%. 15~16%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었다. 최근에는 이 격차가 3.8% 포인트 정도로 좁혀졌다. 민주당 간판만 놓고 다 바꾸자고 했는데 그런 성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 송영길 체제의 성과다.
백신 접종 문제는 8~9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지난번 마스크 대란 때처럼 전 세계가 어려운데 우리가 상대적으로 잘하면 국민들이 평가해 줄 거라고 본다. 부동산 문제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도 올렸다. 청와대도 부정적이었는데 표결해서 돌파한 거다. 공급 문제는 3기 신도시 1차 공급이 시작되고 9월부터 제가 말한 누구나집 토지 분양이 된다. 대선 전까지 본격적인 공급을 보여주겠다.”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이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악의적인 보도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보도는 사회적, 정치적 생명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어떤 기업은 아예 망해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나올 정도로 영향이 크다. 거기에 따르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언론에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수용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8월 국회에서 통과를 시킬 계획이다.”
-남북 관계는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나.
“조심스럽다. 말이 앞서가면 안 된다. 서로 작은 것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나 미국은 정치적 이벤트를 선호할지 모르지만 저쪽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도 봉쇄됐고, 경제 제재로 힘들고 홍수 등 자연재해로 3중고를 겪고 있다. 남녀가 데이트하는데, 한쪽은 배고파서 뭘 먹고 싶어하는데, 자기만 배부르다고 영화보러 가자고 하면 배고프다고 말도 못하고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느냐.”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비판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 연합훈련은 안 할 수가 없다. 전시작전권 회수 단계가 있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적대적 훈련이 아니라 철저히 방어적·평화적 훈련이니 (북한이) 이해해야 한다.”
정리=정현수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