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세계 벽 높았지만, 머지않아 넘을 것”

입력 2021-08-04 04:06
여자 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지난달 29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A조 2차전 캐나다와 경기 중 자유투를 던지려 하고 있다. 뉴시스

13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계 3·4위 스페인과 캐나다, 유럽 챔피언 세르비아에 차례로 패하며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도쿄에서 짐을 쌌다. 그러나 승패로만 평가하기 억울할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독보적인 최고 센터이자 ‘역대급 재능’ 박지수(22)가 있다. 국민일보는 전날 도쿄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박지수와 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지수는 올림픽 조별예선 3경기에서 리바운드 총 32개(경기당 10.7개) 블록 총 10개(경기당 3.3개)를 기록했다. 두 부문 다 이번 조별리그에서 뛴 모든 국가 선수 중 1위다. 198㎝로 국내 현역 여자농구 선수 중 가장 키가 큰 박지수지만, 외로울 수밖에 없는 한국 대표팀의 낮은 골밑에서 그는 누구보다 높이, 멀리 몸을 던지며 분전했다. 그는 “제겐 높이 싸움, 제공권에서 밀리면 안 되는 게 가장 먼저였고 슛을 넣는 건 다음 문제였다”고 말했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대사처럼, 이번 대회에서 박지수는 철저히 ‘가자미’가 됐다. 슈팅을 동료에게 맡긴 채 상대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스크린을 서며 팀의 강점인 외곽포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한국에서야 제가 크지만 외국 팀에는 저만한 키의 선수가 한 팀에 적어도 3명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이 컸다”며 “제가 아무리 페인트존에서 득점해도 2점이다. 2점 싸움으로는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 제가 희생하고 득점을 많이 못 해도 동료가 외곽슛을 편하게 쏘도록 스크린을 많이 하려 했다”고 전했다. 어린 나이에도 코트에서 짊어진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는 “첫 경기(스페인전)를 잘했다면 8강도 갈 수 있지 않았나 아쉽다”고 복기했다. 대표팀은 이 경기에서 전반까지 1점을 앞서며 돌풍을 일으킬 뻔했지만 후반 상대의 강력한 수비와 체력 저하에 고전하며 4점 차로 역전패했다. 그는 “경기 전날 주장 정은(김정은) 언니가 ‘직접 부딪혀보면 너네도 안다. 겁먹을 필요 없다는 걸 느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경기가 흘러갔다”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생각보다 격차가 크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박지수는 곧장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여자프로농구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시즌을 소화한다. WNBA 시즌이 끝나면 국내로 돌아와 청주 국민은행 소속으로 국내 프로농구 WKBL 우승을 노린다. 그는 “대표팀 멤버로 함께 뛴 게 자랑스럽다. 우리도 약한 팀이 아니라는 자부심을 갖고 다음 기회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SNS로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아서 팬들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답은 일일이 못 했지만 모두 읽어봤고 큰 힘이 됐다”면서 “찾아뵙진 못해도 정말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