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네이버·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이 전통 금융권의 고유 영역으로 평가받던 신용거래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선구매 후지불’ 방식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며 송금, 대출 등에 이어 사실상 신용카드의 역할까지 노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4월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시범사업에 나섰다. 온라인쇼핑에 특화된 결제 방식으로, 고객이 상품을 먼저 구매한 뒤 결제한 금액은 지정된 날짜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만 19세 이상,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 1년 이상인 고객이 대상이다. 고객들에게 월 20만~30만원의 한도를 부여하고 시범사업 경과를 지켜본 뒤 정식 사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도 최대 월 15만원을 한도로 하는 후불결제 교통카드 서비스를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선불 충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일정 금액 한도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결제회사 쿠팡페이는 자체 서비스 ‘나중결제’를 통해 직매입 상품(로켓배송)에 대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이용실적 등에 따라 대상자가 선별되며 한도는 최대 50만원이다.
빅테크의 이 같은 후불결제 사업 확장은 편리함을 내세워 전통 금융권이 독식하고 있는 신용거래 시장에도 발을 뻗치기 위함이다. 빅테크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미래 유력 고객층인 MZ세대(2030세대)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신용 평가가 불가능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MZ세대에게 후불결제는 성인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MZ세대는 신용카드의 불필요한 연회비, 이자, 수수료 등을 부담하고 싶지 않아 하는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하다”면서 “고가 물품보다는 의류, 신발, 뷰티 등 중저가 제품군을 구매하는 이들의 특성상 신용카드보다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 후불결제 업체 ‘에프터페이’의 연령대별 고객층을 보면 M세대(20대)가 48%, Z세대(30대)가 25%로 전체 시장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한 번 선택한 금융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는 록인(Lock-In)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이들을 공략해야 할 이유로 제시됐다.
다만 후불결제 서비스의 수익구조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후불결제 사업자들은 소비자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받지만 공급자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 같은 비용은 추후 제품 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 한도가 소액에 불과한 만큼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