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5월 전망치(1.8%)보다 높여 잡아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이 3일 공개한 14차 금융통화위원회(지난달 15일)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국제유가의 오름세를 감안하면 소비자물가의 전망 경로에 상방리스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 중 유가가 현재의 70달러대를 유지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 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위원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당 폭 뛰어넘는 5.4%로 나타난 데서 보듯 국내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그동안 한은은 수요 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줄곧 내놨는데, 이제는 이러한 표현을 쓰기 불편한 상황”이라며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를 넘어섰는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 위원은 주택가격 상승 사이클이 2014년 이후 7~8년에 걸쳐 지속되는 점을 지적하며 “금번 상승기는 사상 유례없이 길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규제 강화는 주택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거나 일시적이었던 반면 주택공급의 확대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나타낸 바 있다”며 “주택가격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 부동산대책이 공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