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수 20번 할때 신재환은 50번 뛰어”

입력 2021-08-04 04:05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한 신재환이 경기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연(50) 제천시청 감독은 신재환(23)의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 비결을 ‘연습량’으로 꼽았다. 신재환은 해외대회 참가 후 자가격리 기간에도 방역 당국의 허락을 받아 홀로 착지 연습을 했다. 이 감독은 신재환의 소속팀 감독이다.

이 감독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재환은 탄력과 순발력, 센스를 타고 났지만 연습량이 금메달의 비결인 것 같다”며 “다른 선수가 20번을 뛰면 신재환은 50번 이상 뛰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신재환을 ‘요령을 피울 줄 모르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습이 고되면 요령을 피울 법도 한데 늘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며 “어릴 때부터 지켜봐 왔지만 참 한결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도 ‘체력왕’으로 소문난 신재환은 평소 오전 1시간 반 정도 근력운동을 한 뒤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는 등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뜀틀을 뛰다가 통증을 느껴 바닥에 주저앉는 일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재환의 도쿄올림픽 출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8~2020년 도마 종목에서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해 온 신재환이 지난 6월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다소 부진한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 감독은 “당시 착지 실수가 있었다”며 “남은 기간 이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올림픽 결선 진출 후에는 집중력 유지가 관건이었다. 신재환은 당시 이 감독에게 다소 어두운 목소리로 “긴장이 많이 된다”며 경기에 대한 중압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예선 1위로 결선에 올랐기 때문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재환이가 자기 기량을 마음껏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고 했다. 결선 전날 통화한 신재환은 마음을 다잡은 듯 보였다. 신재환은 밝은 목소리로 “괜찮습니다.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손에 땀을 쥐고 신재환의 결선 무대를 지켜봤다. 1차에서 도마 옆을 짚고 세바퀴 반을 비틀어 회전해 내리는 난도 6.0의 ‘요네쿠라’ 기술을 시도했는데 착지가 흔들렸다. 이 감독은 “착지가 다소 흔들렸지만 난도가 높은 기술을 큰 실수 없이 넘겨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신재환은 2차 시기에서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감독과 신재환은 우승 직후 통화했다. 신재환은 스승에게 감사인사를 전했고, 이 감독은 “그동안 노력을 보답받은 것”이라고 칭찬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