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50) 제천시청 감독은 신재환(23)의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 비결을 ‘연습량’으로 꼽았다. 신재환은 해외대회 참가 후 자가격리 기간에도 방역 당국의 허락을 받아 홀로 착지 연습을 했다. 이 감독은 신재환의 소속팀 감독이다.
이 감독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재환은 탄력과 순발력, 센스를 타고 났지만 연습량이 금메달의 비결인 것 같다”며 “다른 선수가 20번을 뛰면 신재환은 50번 이상 뛰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신재환을 ‘요령을 피울 줄 모르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습이 고되면 요령을 피울 법도 한데 늘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며 “어릴 때부터 지켜봐 왔지만 참 한결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도 ‘체력왕’으로 소문난 신재환은 평소 오전 1시간 반 정도 근력운동을 한 뒤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는 등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뜀틀을 뛰다가 통증을 느껴 바닥에 주저앉는 일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재환의 도쿄올림픽 출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8~2020년 도마 종목에서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해 온 신재환이 지난 6월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다소 부진한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 감독은 “당시 착지 실수가 있었다”며 “남은 기간 이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올림픽 결선 진출 후에는 집중력 유지가 관건이었다. 신재환은 당시 이 감독에게 다소 어두운 목소리로 “긴장이 많이 된다”며 경기에 대한 중압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예선 1위로 결선에 올랐기 때문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재환이가 자기 기량을 마음껏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고 했다. 결선 전날 통화한 신재환은 마음을 다잡은 듯 보였다. 신재환은 밝은 목소리로 “괜찮습니다.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손에 땀을 쥐고 신재환의 결선 무대를 지켜봤다. 1차에서 도마 옆을 짚고 세바퀴 반을 비틀어 회전해 내리는 난도 6.0의 ‘요네쿠라’ 기술을 시도했는데 착지가 흔들렸다. 이 감독은 “착지가 다소 흔들렸지만 난도가 높은 기술을 큰 실수 없이 넘겨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신재환은 2차 시기에서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감독과 신재환은 우승 직후 통화했다. 신재환은 스승에게 감사인사를 전했고, 이 감독은 “그동안 노력을 보답받은 것”이라고 칭찬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