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여야 합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주 의원총회를 갖고 다시 논의키로 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과 이재명 추미애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의 재고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명분도 없고 신뢰만 잃을 수 있다.
우선 집권 여당이 제1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는 모양새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달 23일 법사위원장 몫을 전반기는 민주당이,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합의 전 의원총회까지 열어 이런 내용을 설명한 뒤 의원 대다수의 동의를 얻었다. 그런데 뒤늦게 재논의 하겠다면 향후 여야 협의가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자칫 의총에서 법사위원장 협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할 경우 당내 내홍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건 개혁 입법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합의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 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 당시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전제로 했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사위 심사 권한을 고유 업무인 체계·자구심사로 제한하고, 그 기한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 절반 단축키로 한 것이다. 법사위가 심사 권한을 남용해 본래 취지를 망가뜨리거나 입법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문제뿐 아니라 8월 임시국회 논의 등을 위해 어차피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야 합의 사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의견을 듣고 여야 합의 배경을 설득하는 차원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1년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입법 독주로 각종 부작용과 갈등만 일으키고 야당과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을 곱씹어봐야 한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오랜만에 조성된 여야 협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사설] 민주당 ‘법사위 의총’ 명분 없고 신뢰 잃는다
입력 2021-08-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