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녹색교회는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성경적 가치에 충실한 교회”

입력 2021-08-04 03:01
이희진 빛마을교회 목사가 지난달 28일 경북 영주 ‘어썸 플레이스’ 뒤편 커뮤니티 가든에서 퍼머컬처로 수확한 사철딸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주=강민석 선임기자

올해 녹색교회로 선정된 빛마을교회의 이희진(38) 목사에게 녹색교회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녹색교회는 적어도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성경적 가치에 충실한 교회”라고 답했다. 이 목사가 말하는 성경적 가치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주께서 맡겨주신 자연을 책임감 있게 돌보는 것이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주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빛마을교회를 찾았다. 빛마을교회는 삶 속에서 성경적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신앙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어떤 건물이 곧 교회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 각각이 교회가 돼 청지기적 삶을 살고 있었다.

2010년 이 목사 홀로 개척한 빛마을교회는 초창기 2명의 공동체로 시작했다. 그렇게 매년 1~2명씩 공동체로 합류하더니 지금은 15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모두 주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단 열망 하나로 자발적으로 광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현재 카페 ‘작은 오두막’, ‘빛마을산촌유학센터’, 예비사회적기업 농업회사법인 ‘바보농부들’을 함께 운영하며 삶으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생명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얻을 수 있도록 살림, 노동, 공동체 생활, 공연예배 공동 창작 등으로 전인적인 훈련을 추구하고 있다”며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모두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빛마을교회가 운영하는 바보농부들. 빛마을교회 제공

이 목사는 공동체가 하는 비즈니스 중 바보농부들에 빛마을교회가 추구하는 정신이 가장 잘 담겨 있다고 전했다. 바보농부들 이름은 톨스토이 소설 ‘바보 이반’에서 따왔다. 우직하게 농사일만 하는 이반이 그를 넘어뜨리려는 악마를 이긴다는 내용으로 이 목사는 “소설 속 이반의 우직한 그 모습이 우리 안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세상을 거스르는 바보 같은 행동이지 않느냐”며 “세상에서 볼 땐 바보 같은 선택들이 오히려 어둠을 이기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바보농부들은 ‘퍼머컬처’를 지향한다. 퍼머컬처는 ‘영구적인’이라는 뜻의 영어 ‘퍼머넌트(permanent)’와 경작이란 뜻의 ‘컬티베이션(cultivation)’의 합성어다.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흙의 파헤침을 최소한으로 해 흙의 탄소 유출을 최소화하고, 한 곳에 한 작물이 아닌 여러 종류의 상생 작물을 심어 종 다양성을 보존한다. 놀라운 건 해가 갈수록 인간의 손은 덜 가지만 소출은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생명에는 자라는 속도가 있으니 기다림이 필요하다. 오염된 땅이 정화되려면 기본 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느린 길이지만 이게 성경적 가치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 농사를 하면 수익이 안 난다. 특히 기술도 없는 도시청년들이 하기엔 더더욱 바보 같아 보이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무식하게 도전을 계속했다. 그게 믿음의 원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퍼머컬처 범주엔 생태농업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퍼머컬처의 컬처는 문화(culture)를 뜻하기도 한다. 빛마을교회는 마을에 이런 생태적 문화가 확산됐으면 했다. 어렵사리 농림부의 인가를 받아 ‘산촌유학센터’ ‘농번기 아이 돌봄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이 목사는 “농촌 아이들이 오히려 게임중독이 더 심하다”며 “도시보다 재밌는 게 없고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곁에 있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방학 기간 개최한 농촌체험학습 장면. 영주=강민석 선임기자

이제는 아이들이 주말을 기다린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빨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목사는 “이렇게 아이들이 자연의 가치를 이해하고 몸소 체험하며 자연을 돌보다 보면 이게 삶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복음의 밭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믿음의 지속 가능한 실천을 위해선 삶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가 장기적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 훈련에서 온다고 믿는다. 그는 “가치관과 삶의 변화 없이 믿음의 활동이 지속 가능할까. 지금도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는 부분”이라며 “어떤 일을 하든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기 위해 공동체 서로가 돕고 독려하고 있다. 또 배우고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빛마을교회는 계속해서 마을과 귀농귀촌 청년들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이곳에 터를 잡을 때부터 꿈꿨던 마을 공동체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공동체 숙소로, 청년 창업 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썸(Awesome) 플레이스’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사실 빛마을교회는 현재 교회 건물이 따로 없다. 인근 야산에 마련한 교회 부지가 있지만, 험준한 임야인지라 3년째 교회 건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에 쓰던 건물은 철도부지로 강제 수용됐다. 교회가 흩어질 위기에서 찾은 게 어썸 플레이스였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어썸 플레이스는 말 그대로 청년들이 꿈꾸는 모든 것을 펼쳐볼 수 있는 엄청난 곳이었다.

이 목사는 “이곳 역시 엄밀히 말하면 교회 소유가 아니다. 부모님께서 대출을 무릅쓰고 이곳을 마련하셨다”며 “다만 그 희생으로 교회가 안정감을 찾았다. 향후 공동체 청년들이 독립하고 나면 마을 커뮤니티 활성화와 생태교육을 위한 장소로 하나하나 채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주=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