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저마다 유리한 통계를 앞세워 연일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냉철한 비교 없이 단편적인 통계만을 근거로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양측 모두 네거티브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불붙은 공약이행률 및 청렴도 논쟁에서도 아전인수식 통계를 활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지사 측은 이 지사의 광역단체장 시절 공약이행률이 95%에 달하는 반면 이 전 대표의 이행률은 26.3%에 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 지사 측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자료에 기반한 공약이행률을 근거로 이 전 대표를 향한 무능론을 펼쳐 왔다. 이 지사가 “저는 시장과 도지사를 하는 동안 95% 공약을 이행했다”고 강조하면 곧이어 이 지사 측 의원이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 시절 공약이행률이 26.3%에 그친다”고 부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조사 시점을 통일하지 않고 비교했을 때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재임기간이 늘어날수록 성사시킨 공약이 늘어나 이행률이 높아진다. 이 전 대표도 앞서 공약이행률과 관련해 “2017년에는 총리로 지명돼 지사 일을 더 할 수 없었다”며 비교시점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2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당시 광역단체장의 공약이행률은 조사시점과 계산법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조사시점을 재임 2년차 성적표로 통일하면 이 지사의 공약이행률은 51.8%로 낮아진다.
이 지사 측이 주장하는 공약이행률 95%는 근거가 확실치 않다. 이 지사 측은 “이행 완료한 공약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공약까지 포함해 산출한 수치로 이상이 없다”면서도 구체적 산출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매니페스토 자료에서 ‘정상추진공약’을 더해 계산한 공약이행률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계산법대로라면 이 지사의 경기지사 2년차 때의 공약이행률은 95.3%로 집계돼 그동안 캠프 측의 주장과 차이가 없다. 다만 이 경우 이 전 대표의 공약이행률 역시 92.1%로 뛰어 이 지사와 격차는 3.2% 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이 전 대표 측 역시 통계를 자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전 대표가 앞선 TV토론회에서 “전남지사 시절 2015년 공약이행률을 보면 21개 중 20개를 이행했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연도별 공약을 구분짓는 방식으로 이행률을 산출한 것이라 애초 이 지사 측이 언급한 공약이행률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 이 전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역시 반쪽짜리 데이터만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측은 전날 경기도 청렴도 평가를 근거로 이 지사의 청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18년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2년 만에 경기도의 청렴도 평가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도 역시 이 전 대표 재임 시절인 2016년 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으로 한 단계 강등을 겪은 바 있다.
한편 ‘음주운전 옹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이 지사 캠프의 박진영 대변인은 이날 자진사퇴했다. 박 대변인은 정세균 전 총리가 ‘음주운전 범죄경력자의 공직기회 박탈’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대리운전비 아끼려는 마음에서 음주운전을 했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