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어트 중위님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한 초등학생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손편지를 써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유아진(12·왜관초5·사진) 양. 유양은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인근에서 낙동강전투 중 실종된 제임스 엘리어트 미 육군 중위와 유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있는 추모기념판을 접하고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손편지를 보냈다.
엘리어트 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 2014년 암으로 숨졌고, 자녀들은 어머니의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아래에 뿌려 부모님의 사후 재회를 도왔다. 딸 조르자 레이번 씨는 아버지의 귀환을 염원하는 검은 깃발을 지금도 집 앞에 걸어두고 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백 군수는 2018년 10월 열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에 엘리어트 중위의 자녀를 초청해 명예 군민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유양은 “칠순이 넘은 자녀가 아직도 아버지를 기다린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우리 지역에서도 유해 발굴을 하고 있는 만큼 중위님이 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군수는 유해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수 육군 50사단장과 칠곡대대장 정주영 중령에게 유양의 편지를 전달했다. 칠곡대대 장병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손편지를 복사해 지갑에 보관하고 있다.
SNS를 통해 이 일을 알게 된 레이번 씨는 지난달 30일 감사편지를 보냈다. 레이번 씨는 “아진이가 너무 고맙고, 꼭 만나 안아주고 싶다”며 “대한민국을 위한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