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그룹들이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맞아 메타버스로 달려가고 있다. 지점 업무를 단순 비대면화를 넘어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화 통화나 이메일과 달리 쌍방향이면서도 화상통화보다 훨씬 깊이 있는 정보를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메타버스 지점’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BNP파리바 산하 부동산종합 서비스 회사인 BNP파리바 리얼에스테이트(real estate)는 최근 메타버스 영업을 시작했다. 사람을 3차원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다른 장소에서 보여주는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 기술을 적용했다. 서울의 거주자가 미국 워싱턴의 직원을 메타버스에서 만나 뉴욕 부동산의 건물과 설계도 등을 3D로 돌려 보며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게 가능하다. BNP파리바 리얼에스테이트는 홈페이지에 “기업들은 장기간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되는 유연한 사무실 공간을 찾고 있다. 투자자 역시 값비싼 여행경비를 내지 않고도 해외 부동산을 볼 수 있길 원한다”며 메타버스 도입 배경을 밝혔다.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씨티은행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사용한 ‘홀로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도입했다.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데이터들을 메타버스에서 조합,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트레이더가 많은 양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했다. 태블릿화면과 3D 그래픽 페이스, 키보드, 마우스를 모두 통합해 행동과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등으로 제어한다.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고객과 직접 통화하고, 자료를 공유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미국 대형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기술자들을 위한 엔지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JP모건의 전략 기술 이니셔티브와 빅데이터, 모바일, 전자결제 등의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회사가 요구한 사항을 직접 시각화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JP모건은 이 프로그램에 연간 11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 상태다. 미국 보험회사인 파머스 인슈어런스도 화재나 수해 등의 재난재해 상황을 메타버스에 구현해 손해사정인 교육에 활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일 “코로나19가 비대면 영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메타버스가 모바일을 넘어 간접체험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융복합 지점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디지털에 능한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경우 이제 첫 발자국을 뗀 상태다. 하나금융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신입 행원 멘토링 프로그램인 ‘벗바리 활동’ 수료식을 진행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3일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SOL 베이스볼파크’에서 야구팬 2만명과 함께 야구 국가대표팀 응원 행사를 치렀다. 국내 금융사들은 가상 지점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