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선 복원, 한·미 연합훈련 중단 위한 미끼였나

입력 2021-08-03 04:05
북한이 오는 16일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려는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억지 주장이다. 한·미 양국이 연례적으로 해오고 있는 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는 두 나라가 결정할 일로, 북한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지금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군사연습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북한 의도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기 위한 미끼로 통신선 복원 카드를 꺼내들었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북한도 매년 훈련을 한다. 한·미 연합훈련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최소한의 자위조치일 뿐이다. 북한을 도발할 의도가 전혀 없는 방어 차원의 훈련까지 트집잡는 건 억지를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 북한은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기에 앞서 핵과 미사일 개발 등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일체의 도발행위를 포기하는 게 옳다.

냉·온탕을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북한 행동에 일희일비해서는 남북관계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통신선 복원으로 마치 당장이라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 상황도 아니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도 이를 도외시한 채 여권 내에서 섣부르게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훈련 중단’ 이야기가 새 나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남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바다.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통신선 복원은 남북관계 진전의 긍정적 신호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오판하지 않고 남북관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