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해부터 수차례 꺼내 들었던 소비쿠폰 카드에 대한 우려가 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반복적인 사업 중단, 일부 품목에만 소비가 편중되는 등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없다면 소비쿠폰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반기 소비쿠폰 집행률 끌어올리기는 향후 달성해야 할 과제다. 아직까지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비해 집행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실내체육시설 지원을 위한 체육쿠폰의 경우 지난해 이월물량도 다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확대 편성됐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체육쿠폰은 지난해 3차 추경에서 122억원이 최초 도입됐고, 올해 본예산에는 180억원이 편성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는 하반기 소비 활성화를 위해 2차 추경안에 124억원을 추가로 증액 편성했다. 하지만 체육쿠폰은 올해 본예산은 물론, 지난해 3차 추경에서 마련한 예산도 다 쓰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예산 180억원은 집행률이 0.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업 홍보 부족, 일부 품목에 편중되는 문제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지난해 3차 추경에 최초 도입돼 전액 사용된 농축산물 할인쿠폰은 사용처별로 집행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대형마트(105.1%)와 온라인몰(67.4%)의 집행 진도율은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중·소마트 및 전통시장 부문(49.2%)의 집행 속도는 더뎠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축수산물 소비쿠폰액의 37.6%는 계란 단일품목에 사용됐다. 지난해 말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해 대규모 양계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올해 계란가격은 전년 대비 크게 뛴 바 있다. 예정처는 이에 대해 “농축산물 소비진작을 통한 관련 산업 활력제고라는 동사업의 효과가 농축산물 전체 품목에 균형 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소비쿠폰 발행이 가뜩이나 크게 뛴 농축수산물 물가를 더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에 맞춰 단계적으로 소비쿠폰 사용을 재개하기로 한 점, 일단 사용이 시작되기만 하면 잔여액이 신속하게 소진될 수 있다는 점 등 이유로 소비쿠폰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로서는 소비쿠폰이 내수 진작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4차 대유행 상황에서도 2차 추경안에 담긴 관련 예산 삭감을 최대한 방어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한 뒤 코로나19가 다시 재확산하는 양상은 지난해부터 세 번째 반복된 바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