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 진짜 꿈 같아요.”
1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트랙&필드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에서 2m35를 뛰어 4위에 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결승 출전 자체가 한국 육상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우상혁은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에 출전한 이진택 이후 25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우상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첫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이진택이 1997년 세운 2m34의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다. 마라톤을 제외한 육상 전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기록한 올림픽 최고 순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1996년 이진택, 1984년 김종일(멀리뛰기), 1988년 김희선(높이뛰기)이 8위에 오른 게 한국 육상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우상혁은 “2년간 힘들게 준비해 한국신기록을 세워 만족한다”며 “김도균 코치님이 2019년에 방황하며 포기하려 할 때 잡아주셔서 이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상혁은 결승에 나선 13명의 선수 중 세계랭킹이 30위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한숨을 크게 쉬고 힘찬 발걸음으로 도약한 우상혁은 2m19, 2m24, 2m27, 2m30을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모두 1차시기에 가뿐히 뛰어냈다. 2m33을 넘다가 1차시기서 처음 바에 허리가 걸렸다. 하지만 두 번째 시기를 놓치지 않았고, 대회 전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2m31을 넘어섰다. 우상혁은 대회 관계자들의 박수 호응을 이끌어낸 뒤 빠른 스피드와 돌고래 같은 유연성으로 2m35까지 넘어선 뒤 포효했다. 2m37을 넘어서는 데 실패해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한국 육상의 경이로운 성취였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는 자기 키보다 50㎝ 이상이 ‘마의 벽’이다. 그 때문에 내 평생의 목표는 2m38”이라며 “올림픽 무대에서 2m37에 도전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꿈같았다. 다음은 우승이다. 가능성을 봤다. 준비가 됐으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