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백신을 가장 많이 주문한 EU에게 요구한 백신 가격이 높아지면서 한국에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화이자와 모더나가 EU와의 백신 계약에서 가격을 각각 25%, 10% 이상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15.5유로(2만1196원)에서 19.5유로(2만6667원)으로, 모더나 백신은 22.6달러(2만6035원)에서 25.5달러(2만9376원)으로 각각 올랐다.
앞서 EU는 2023년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합쳐 21억회분을 계약했다.
이후 3상 시험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나 존슨앤존슨의 얀센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재계약을 실시했다.
FT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부스터샷 도입을 준비하자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자의 경우 지난주 백신 매출 목표량을 33% 높은 335억 달러(38조5920억원)로 높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각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코로나19 백신의 가격을 다르게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고소득 국가에게 제공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은 상대적이지만 중간 소득 국가에게는 중간가, 저소득 국가에게는 적은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화이자가 560억 달러(64조5120억원), 모더나가 300억 달러(34조5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백신 몸값이 올라가면서 각국 관계자들은 제약사와의 계약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FT에 “EU 내부에서는 계약에 나선 제약사 직원들이 거만한 태도로 나온다”면서 “이전에 정부와의 협상에 나선 적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