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몸을 비튼 뒤 착지한 여서정(19)이 눈을 질끈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여서정’을 성공시킨 직후였다. “너무 잘했어요! 너무 잘했어요!” 해설 마이크를 잡은 아버지 여홍철의 입에서 연신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자신에 이어 한국 체조 역사를 새로 쓴 딸을 향한 감탄사였다.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이 아버지 여홍철에 이어 한국 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여자 기계체조 부문에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합계 14.733으로 3위를 기록,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버지 여홍철이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래 25년 만에 따낸 메달이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한국에서 처음이다.
지난 25일 예선에서 5위로 결선에 진출한 여서정은 고난도 기술 ‘여서정’을 성공시키며 이날 모든 선수의 1차 시기 점수 중 가장 높은 15.333을 따냈다. 금메달도 가능한 압도적 점수였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를 하며 왼발을 딛은 채 뒤로 2~3 걸음 튕겨나갔지만 1차 시기 고득점을 이뤄낸 덕에 3위에 올랐다.
이어진 순서에서 캐나다의 섈론 올슨과 ROC(러시아)의 멜리니코바 안젤리나, 아카이모바 릴리야가 연기했지만 여서정을 넘어서지 못했다.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가 1위,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가 2위였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간판인 여서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기계체조 도마 부문 최초, 한국 여자 기계체조 전체에서는 32년만의 금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썼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서정’ 기술을 시도하다 착지 실패로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지만 이번 동메달로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아버지 여홍철은 KBS 해설위원으로서 딸의 메달 획득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날 남자 마루 결선에 나선 류성현(18)은 간발의 차로 메달을 놓쳤다. 예선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3위로 결선에 진출한 류성현은 이날 연기에서 고난도 동작 대부분을 무리 없이 소화했으나 착지를 하다 두 발이 함께 선을 나간 게 감점요인으로 작용, 중국의 샤오뤄텅에 밀려 0.5점 차로 4위를 차지했다. 함께 결선에 출전한 김한솔(25)은 8위로 마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