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이 45년 만에 노메달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악재로 단 2명밖에 출전하지 못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최중량급 간판 김민석(28·울산남구청)이 16강에서 탈락해 베테랑 류한수(33·삼성생명)가 외로운 싸움을 앞두고 있다.
김민석은 1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30㎏급 16강전에서 이란의 아미민 미르자자데에게 0 대 6으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민석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쳤다.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만 11개를 안긴 효자종목 레슬링은 열악한 인프라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선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지난 5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 쿼터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다수 선수가 출전조차 못 하면서 김민석과 류한수, 단 2명만 올림픽에 출전했다. 두 선수는 훈련 상대인 파트너 선수도 없이 현지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류한수가 3일 김민석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어깨가 무겁지만 각오가 단단하다. 류한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사상 4번째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아경기·올림픽 우승)을 달성한다. 류한수는 세계선수권대회(2013·2017년) 아시안게임(2014·2018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5년)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판정 불이익을 받아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