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사 반성 불필요’ 49%, 일본의 역사인식 우려스럽다

입력 2021-08-02 04:03
일본 총리가 오는 15일 패전일 추도식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이 절반이나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우 씁쓸할 뿐 아니라 일본이 나아가려는 미래가 과연 인류 평화와 공영을 지향하는 길일지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여론조사회가 지난 6∼7월 우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 유권자의 49%가 가해 행위와 반성에 대한 언급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언급해야 한다는 비율은 47%였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줄어든 때문으로도 보이지만, 일본 국민의 역사 인식에 나쁜 영향을 미친 일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패전 50주년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면서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명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2년 재임 이후 과거의 잘못을 줄곧 희석해 왔다.

이는 ‘진정한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를 반성해온 독일과 비교된다. 전후 서독 초대 총리인 콘라트 아데나워는 1951년 나치 범죄를 시인하고 사죄했다. 사회민주당 출신 빌리 브란트 총리는 1970년 바르샤바의 게토 봉기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도 2019년 아우슈비츠를 찾아 사죄했고 지난 6월에도 소련 침공 80주년을 맞아 반성의 뜻을 피력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정상국가로 가는 필수 조건이다. 반성 없는 정상국가화는 과거 범죄에 눈감는 무도한 국가라는 인식을 준다. 취임 후 첫 패전일을 맞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과거사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다해야 할 의무다. 일본이 사과에 인색하면 주변국은 용서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이는 관련국들이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