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걱정 없이… 메타버스 여름수련회 출발~

입력 2021-08-02 03:03
서울 혜성교회가 지난 24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이용해 고등부 수련회를 열었다. 고등부 학생들이 각자 만든 아바타를 움직여 십자가가 그려진 ‘메인 홀’로 들어가고 있다. 혜성교회 제공

서울 혜성교회 고등부 교사인 최진아 집사는 고등부 수련회가 열린 지난 24일 교회에 가는 대신 집에 있던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곧바로 ‘게더타운’에 접속했다. 게더타운은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과 2D 게임 ‘바람의 나라’를 결합한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번 수련회 장소였다.

최 집사는 미리 게더타운에 들어와 있던 다른 교사들과 수련회 마지막 점검을 한 뒤 오후 2시부터 아이들을 맞았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아바타를 만들어 게더타운에 입장했다. 처음 접해보는 수련회 방식에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이들은 아바타를 움직여 고등부 수련회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찬찬히 둘러봤다.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걸리더니 “게임 같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수련회를 준비한 교사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애초 혜성교회는 이번 수련회를 대면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되자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고등부 교사들은 일정을 연기하기보다 게더타운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줌이나 유튜브 라이브로 하는 온라인 수련회도 생각해 봤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엔 게더타운을 활용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2주 만에 게더타운에 ‘메인 홀’ ‘아케이드 룸’ ‘카페테리아’ 등 총 6개의 ‘맵’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맵을 중심으로 수련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혜성교회에 따르면 이번 수련회에는 고등부 학생 16명이 참석했다. 교사까지 합하면 총 30명 정도가 게더타운에 모였다. 각자 아바타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지만, 줌을 통해 보이는 ‘본캐’는 수련회 단체 티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가장 먼저 3개팀으로 나눠 각각 팀 이름을 정했다. 이어 메인 홀에 모여 준비된 영상을 시청한 뒤 ‘아케이드 룸’에서 팀별 미션을 진행했다. 줌이나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나눴지만 아바타도 잘 활용했다. 머리를 맞대거나 줄지어 이동하는 등 줌이나 채팅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물리적 간격을 아바타로 메웠다.

3개팀으로 흩어졌던 아이들은 팀 미션 후 메인 홀에서 다시 만나 다함께 예배를 드렸다. 수련회 마지막 일정인 저녁 식사 때는 다 같이 카페테리아에 모여 ‘먹방’을 했다. 교사들과 아이들은 서로 먹는 음식을 보여주며 수련회에 대한 소감 등을 나눴다.

사실 혜성교회에도 이번 수련회는 큰 도전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게더타운을 처음 접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적응하고 활용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최 집사는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무겁고 어렵게 다가왔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다루는 게 수월했다”고 말했다.

혜성교회는 고등부에 이어 오는 7일로 예정된 중등부 수련회도 게더타운에서 열기로 했다.

정명호 혜성교회 목사는 “메타버스 환경이 우리 세대에겐 어색하지만 아이들에겐 이미 익숙한 문화였다”며 “상황을 핑계대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뭐라도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