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에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 4건을 보유해 논란에 휩싸인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가 어제 지명 27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서울시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래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사례는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사필귀정이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결론을 내린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퇴론이 제기될 정도로 악화된 여론이 결정타가 됐다. 결과적으로 ‘시대적 특혜’라며 다주택 보유를 정당화하려 했던 그의 변명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그 자신이 과거 여당 인사에게 들이댄 잣대로 볼 때 무주택 서민의 주거 복지를 책임지는 SH공사 사장이 될 자격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는 지난해 서울과 청주에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청주집보다 반포집이 낫고, 반포보다는 청와대가 낫다는 것이냐. 정치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장본인이다. 정작 그도 서울 부동산은 그대로 두고 부산의 부동산만 처분하겠다고 했다. 이런 그가 SH공사 사장이 되겠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공직자에게 일반인에 비해 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다. 국민과 주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안을 다루기 때문이다. 2019년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문제를 취급하는 부처의 최고 책임자가 다주택자여서는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퇴를 압박했고, 최 후보자는 물러났다. 물론 여론도 좋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인사 기준은 국민의힘이 임명하는 공직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마땅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명 전 김 후보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몰랐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이번 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든, 야든 공직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니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달하는 부적격 인사를 지명하는 악습이 무시로 반복되는 것이다. 공직은 전리품이 아니다.
[사설] 김현아 SH 사장 후보자 자진 사퇴는 사필귀정
입력 2021-08-0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