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그래피티 벽화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면서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29일 한목소리로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인격살인이자 정치폭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벽화 제작을 의뢰한 여모씨는 “아무 (정치적) 의도 없이 풍자한 것이다. 내 배후가 있다는 증거를 갖고 오면 10억원을 주겠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대선 캠프는 김씨의 ‘유흥접대부설’과 ‘불륜설’ 등을 퍼뜨린 기자와 유튜버 10명을 무더기 고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제의 벽화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다. 가로 15m, 세로 2.5m 크기로 벽화 6점이 이어진 형태다. 이 중 한 벽화에는 여성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고, 그 옆의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남성 6명의 성씨와 직책, 연도가 적혀 있다. ‘쥴리’는 김씨 관련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등장하는 별칭으로, 김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벽화는 약 2주 전에 그려진 것으로, 중고서점 대표이자 건물주 여모씨가 그래피티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제작했다. 여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사람들을 단순 풍자한 것인데 확대 재생산하니까 오기로 더 놔둘 것”이라며 “‘통곡의 벽’이라고 이름 붙인 현수막을 달아서 나보다 더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낙서하라고 써놓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배경에 대해 “나는 국민의힘도, 민주당 쪽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다만 여씨는 논란이 커지자 본보에 재차 문자메시지를 보내 “‘쥴리의 꿈’ 등 지적된 문구는 내일(30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전날 밤부터 보수층 지지자들은 트럭과 승합차를 동원해 벽화를 볼 수 없도록 차벽을 쳤다. 벽화가 설치된 골목에는 이날 진보·보수 유튜버와 지지자 수십명이 몰리면서 난장판이 됐다. 친여 성향 지지자들이 “차 빼라!” “쥴리 실체를 밝혀라!”고 했고, 윤 후보 지지자들도 이에 맞서면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잠시 차량들이 철수하자 벽화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잠시 후 차량들이 재차 골목에 진입하자 일부 시민들은 바닥에 드러누워 차량 진입을 저지하기도 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살인”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후보 법률팀은 김씨 관련 비방 방송을 한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기자 등 10명을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음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윤 후보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쥴리 벽화’와 관련해 “정치판이 아무리 엉망이라도 대한민국 수준이 여기까지 왔나”고 한탄하면서 “당연히 배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건 가족 문제를 넘어서 여성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좌시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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