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를 치르고 나온 ‘수영 천재’ 황선우(18·서울체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깃들어있었다.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선 그는 이날 세계 5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로선 69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단거리인 자유형 100m는 큰 체격의 근육질인 서양인들이 휩쓰는 종목이다. 황선우도 키는 186㎝로 큰 편이지만, 몸무게가 74㎏으로 호리호리한 편이다. 6번 레인에 배정된 황선우의 양옆으론 5번 레인의 케일럽 드레슬(미국), 7번 레인의 카일 차머스(호주)가 위치했다. 드레슬은 2017 부다페스트, 2019 광주 세계선수권서 7관왕·6관왕을 휩쓴 최고 선수다. 차머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두 거한이 일으키는 물살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서도 황선우는 47초82의 기록을 냈다. 47초02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드레슬과는 단 0.80초 차였다.
황선우는 “200m 경기가 끝난 뒤로 지친 상태였지만 참고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100m는 전략 같은 것 없이 그냥 온 힘을 다하자고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멋진 선수들과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선우는 아시아 수영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이날 황선우가 기록한 5위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전날 준결승에선 47초56으로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까지 경신해 탈(脫)아시아급 선수가 됐다.
황선우는 신기록 비결에 대해 “서양인처럼 큰 몸은 아니지만 물 타는 능력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스타트 반응속도도 만족스럽고 조금은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단점들을 보완해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스타트 돌핀 구간이 아쉬웠다. 훈련하며 고쳐나가야 한다”며 “단거리를 위해 몸도 천천히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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