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강 등극 황선우 “멋진 선수들과 뛴 것만으로 영광”

입력 2021-07-30 04:03
황선우가 29일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빠르게 스타트하고 있다. 황선우는 이날 세계 5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로선 69년 만에 단거리인 100m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 도쿄=김지훈 기자

29일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를 치르고 나온 ‘수영 천재’ 황선우(18·서울체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깃들어있었다.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선 그는 이날 세계 5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로선 69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단거리인 자유형 100m는 큰 체격의 근육질인 서양인들이 휩쓰는 종목이다. 황선우도 키는 186㎝로 큰 편이지만, 몸무게가 74㎏으로 호리호리한 편이다. 6번 레인에 배정된 황선우의 양옆으론 5번 레인의 케일럽 드레슬(미국), 7번 레인의 카일 차머스(호주)가 위치했다. 드레슬은 2017 부다페스트, 2019 광주 세계선수권서 7관왕·6관왕을 휩쓴 최고 선수다. 차머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두 거한이 일으키는 물살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서도 황선우는 47초82의 기록을 냈다. 47초02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드레슬과는 단 0.80초 차였다.

황선우는 “200m 경기가 끝난 뒤로 지친 상태였지만 참고 최선을 다했더니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100m는 전략 같은 것 없이 그냥 온 힘을 다하자고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멋진 선수들과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선우는 아시아 수영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이날 황선우가 기록한 5위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전날 준결승에선 47초56으로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까지 경신해 탈(脫)아시아급 선수가 됐다.

황선우는 신기록 비결에 대해 “서양인처럼 큰 몸은 아니지만 물 타는 능력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스타트 반응속도도 만족스럽고 조금은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단점들을 보완해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스타트 돌핀 구간이 아쉬웠다. 훈련하며 고쳐나가야 한다”며 “단거리를 위해 몸도 천천히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