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흡사 군사작전 방불… 자원봉사 대타로 뛰는 자위대원

입력 2021-07-30 04:04
일본 자위대원들이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도쿄 고토구 메인프레스센터(MPC) 출입로에서 취재진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도쿄올림픽 여자 핸드볼 조별리그 A조 3차전이 열린 29일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남쪽 출입문 앞에 일본 자위대 막사가 설치돼 있었다. 바로 앞에는 군용 차량도 세워놨다. 막사 안에서 자위대원 3명이 경기장 지도와 서류를 벽에 붙이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듯 무언가를 논의했다. 경기장 경비 작전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취재하기 위해 막사로 다가가자 상관으로 보이는 중년의 자위대원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며 막았다.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 웃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자위대원들은 올림픽 시설 곳곳에 배치돼 있다.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MPC) 출입로에서 가장 먼저 올림픽 참가자를 맞이하는 사람도 자위대원이다. 출입로 자위대원은 보안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해 소지품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 체육단체 실무진, 언론인 같은 민간인을 상대하는 만큼 검색 과정에서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올림픽 시설 안에선 3, 4명씩 한 조를 이뤄 경비를 서는 자위대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니폼에 ‘시큐리티’(Security·보안)라고 적은 별도의 경비 인력이 자위대원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목격되는 경기장도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선 개최국 군·경이 동원되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선 경기장에 투입된 자위대원이 지나치게 많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로 이메일을 보내 자위대원의 역할을 물었지만 이날까지 회신은 오지 않았다. 요요기 국립체육관의 한 일본인 자원봉사자는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자위대원이 투입된 것으로 생각된다.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검문은 자위대원이 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2일 “자원봉사자 8만명 가운데 1만명이 사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해외 참가자를 통한 감염을 우려해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개막을 앞두고 이탈한 셈이다. 그 빈틈을 채운 자위대원들이 군복을 입고 205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참가자들을 만나고 있다.

도쿄=글·사진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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