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영웅의 조기 탈락에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랭킹 1위의 몰락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선수가 연루됐던 도박 사건 등이 재차 거론되며 비난 여론마저 일고 있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배트민턴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사진)의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29일 보도했다. 톱시드를 배정받았던 모모타는 28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계랭킹 38위 허광희(26)에게 0대 2로 패배했다. 세트 스코어도 15-21, 19-21로 한 세트도 뺏지 못했다.
모모타는 배드민턴 남자 단식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다. 2019년 11개 대회에서 정상을 휩쓰는 등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왔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본 국민이 가장 금메달을 기대하는 스타 1위로 뽑히는 등 일본 내 기대감도 높았다. 개회식에도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최고 스타이자 금메달 희망이 올림픽 길바닥에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올림픽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너무나도 충격”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는 이도 일부 있었다.
과거 그가 저지른 ‘도박 파문’ 등을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는 리우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였지만 불법 도박행위로 13개월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아 출전하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모모타의 경기 경험 부족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해외 선수와 경기 경험이 3경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전영오픈에 참가했지만 3경기 만에 탈락했다. 지난해 1월 교통사고로 인해 안와 골절상을 당한 것과 지난 1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모타는 경기 직후 “후회가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1년 연기된 것은 모두 같은 조건이다. 변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허광희는 모모타를 제치고 A조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진출했다. 1번 시드 자리인 A조는 1위를 차지하면 16강을 거치지 않고 8강으로 직행한다. 허광희는 경기 후 “도전자 입장에서 뛰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달려들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허광희는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한국 대표팀 선수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남자 단식에 출전했다. 8강전은 31일 열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