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입증이 어려운 주장’을 앞세워 당내 강력한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몰아붙이고 있다. 당사자 외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주장을 토대로 공격의 주도권을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캠프에선 후보 간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든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지사는 29일 광주 MBC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호남 발언을 놓고 이 전 대표와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30일 이 지사의 도청 집무실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면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최근 지역주의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백제 발언’이 나왔는지가 쟁점이 됐다.
당시 백제와 호남을 거론하며 새로운 역사를 이뤄보라는 취지의 덕담을 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이 같은 덕담을 (최근에는) 지역감정 조장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주장하던데, 이런 게 바로 네거티브”라며 공세를 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백제 발언은 일절 없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전날 TV토론회 직후에도 논평을 내고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말하며 현혹시키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양측이 답 없는 진실게임에 얽매여 있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투표를 놓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입장이다. 이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음에도 이 지사는 정황상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탄핵 투표 역시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인 탓에 진실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 일각에서는 여배우 스캔들로 예비경선에서 공격을 받았던 이 지사가 같은 방식으로 되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이 지사는 스캔들이 거론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증명하란 말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일종의 미러링을 한 것”이라며 “여배우 스캔들을 다시 건드리면 그대로 갚아주겠다는 경고 성격도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답 없는 논쟁이 계속되자 당내에서는 후보 간 소모적인 감정싸움만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이 지사 측 박찬대 의원은 논평을 내고 “더 이상 두 사람의 대화를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논쟁 중단 의사를 밝혔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