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교육·돌봄 등 격차 해소와 청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용·사회안전망 분야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더한 ‘휴먼 뉴딜’ 개념도 도입했다.
국민일보는 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한국판 뉴딜 전문가들을 초대해 뉴딜의 가치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사업 방향을 모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세미나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세미나에는 저시력인용 확대 솔루션을 개발한 김태홍 오버플로우 이사, 데이터를 활용해 축산농가를 돕는 나영준 앤틀러 대표, 제로에너지 건축(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건축) 전문가인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진행은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맡았다.
사회적 약자와 환경을 위한 기술
오버플로우는 저시력인이나 시각장애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버스 번호나 지하철 승강장 번호 등을 알아보기 어렵다는데 주목했다. 김 이사는 “오버플로우가 개발한 앱 ‘플로위’는 화면 확대와 사물 확대를 통합한 것으로 독서 학습 미용 보행 이동에 활용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인공지능(AI) 바우처 사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엘리베이터 모델’을 제시했다. 공공장소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노인이나 임산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엘리베이터 모델은 사회적 약자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실시하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이사는 최근 확산되는 메타버스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시각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운영된다면 이들에게 ‘불가능’만 안기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김 이사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2.0이 장애인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방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영준 대표가 만든 스타트업 앤틀러는 축산농가가 송아지를 구매할 때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축산물 이력제가 있어 소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혈통 정보를 관리하지만 농가에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포착한 것이다. 각 우시장, 데이터를 만드는 기관들과 협력해 걸림돌을 해결해간다. 나 대표는 “네이버나 구글 등 큰 기업들은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스타트업들은 빅데이터가 없어서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에서 생성하는 고품질의 데이터에 접근하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창업 준비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모두가 데이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데이터로 소통할 수 있다면 사회의 문제들을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주 교수는 그린 리모델링에 성공한 서울 종로구 혜명아이들놀이터를 소개했다. 상수도 가압장의 낡은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면서 옥상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에너지소비량을 70% 이상 줄이고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사람도 옥상 놀이터로 올라가기 편하도록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이 교수는 “세계는 지금 제로에너지 건축과 그린 리모델링 등을 통해 단지나 도시 차원의 제로에너지를 추구한다”며 서울 노원이지하우스를 소개했다. 노원이지하우스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하고 서울시와 노원구청, 명지대가 함께 만들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딜 2.0은 사람 중심 사회 만드는 것
이들 전문가는 한국판 뉴딜2.0의 가치가 정부의 지원과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 중심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 대표는 “데이터를 전략자원화할 수 있다는 점이 뉴딜2.0의 가치”라며 “디지털 뉴딜이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바란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사회 안전망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뉴딜 2.0은 ‘새로고침 버튼’이다. 정부가 이 버튼을 눌러줬더니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과 그들이 하는 일, 정부가 도와야 하는 일 등이 한눈에 드러났다”면서 “사람에 대한 지원, 휴먼 뉴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행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이사는 “인간 중심 기술이 인간 중심 사회를 만든다”면서 “뉴딜의 혁신과 가치가 볼 수 없는 버스 번호, 넘어설 수 없는 방지턱이 되지 않고 전 세계가 따라오는 ‘엘리베이터’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