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 리병철, 다시 김정은 옆자리로… 軍서열 1위 복귀

입력 2021-07-30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북·중 우의탑에 헌화한 뒤 최근 실각했던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핵·미사일 개발 주역으로 ‘김정은 시대’ 승진 가도를 달리다가 지난달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됐던 리병철이 한 달 만에 군서열 1위로 복귀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근신을 마치고 조기 복권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북·중 친선의 상징인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을 수행한 당·정·군 고위 간부를 차례로 호명했는데, 군 수뇌부 중에선 리병철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호명 순서가 북한 권력서열을 가늠하는 대표 척도 중 하나인 만큼 리병철은 다시 군서열 1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우측엔 자신의 ‘그림자’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좌측엔 리병철을 세운 것도 이런 추정에 무게를 더한다. 통일부도 호명 순서와 공개된 사진 등을 근거로 리병철이 군 수뇌부 중 서열 1위인 것으로 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략무기 개발 및 군수산업 발전에 있어 리병철은 김 위원장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당 정책을 관철하지 못하면 누구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리병철 해임으로 전달한 만큼 이제는 복권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병철은 지난달 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으로 문책당하면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다만 조용원·리일환·정상학 당 비서 다음으로 호명된 것을 두고 그가 아직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은 되찾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병철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차수(왕별 한 개) 계급장을 건너뛰고 단숨에 원수 자리를 꿰차는 등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줄곧 승진 가도를 달렸다.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 직후 김 위원장과 맞담배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우의탑을 방문하면서 북·중 관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우의탑을 찾아 헌화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처음이자 집권 이래 두 번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