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형님들 실적내도 박스권… 속타는 동학개미

입력 2021-07-30 04:06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잇달아 ‘깜짝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횡보하고 있다. 두 종목은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지지부진한 주가 상승률에 속 끓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된 29일 주가는 0.25% 하락한 7만9000원에 장을 마치며 ‘7만전자’를 유지했다. 전날 실적이 발표된 SK하이닉스는 1.72% 하락했고, 이날은 보합 마감해 11만400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4일 대비 29일 기준 4.8%,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9.5% 내렸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3.3%, SK하이닉스는 12.3% 감소했다.

왜 실적과 주가의 방향이 다른 걸까. 보통 주가는 실적을 선반영하는데, 호실적을 내오던 우량주의 경우 반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인한 반도체 호황은 시장에서 예상한 만큼, 최근 실적은 과거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측면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삼성전자의 실적에 시장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오히려 ‘정례 행사’가 됐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6개월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형 IT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 과잉 예측에 따른 ‘수퍼 사이클’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반도체 재고를 봤을 때 공급 과잉까지 유발할 정도는 아니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일상화로 IT 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D램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1분기에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17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하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반도체 대장주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29일까지 삼성전자 26조7540억원, SK하이닉스 4조471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3조4780억원, SK하이닉스를 1조2230억원 팔아치웠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